물러갈 것 같지 않던 길고 긴 무더위도 어느덧 절기에 쫓겨 창문을 열어놓고 잠들면 새벽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로 아침저녁의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아직 한낮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자연의 질서 앞에 그 기세가 많이 수그러졌고, 습기가 걷히니 오히려 건조한 햇살의 따끈함이 햇살과 함께 어렸을 때의 정겨운 기억을 소환한다. 마당에 고추를 말리고 집뒤 야산의 묏둥지 잔디 위에 호박 썰은 것을 널어말 리던 기억, 그 잔디 위에서 아이들과 놀던 기억, 그리고 그때쯤에는 운동회가 있었다. 푸른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리던 운동회날 사 먹었던 군밤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볕 좋은 가을날 높아진 하늘아래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고 걷다 보면 정말이지 우리가 제대로 느끼기만 한다면 인생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만들어졌고, 나는 마음껏 그것들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때 아무것도 없는 혼돈 속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모든것을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세상과 함께 각자에게 세상에 펼쳐 보일 달란트를 선물로 받았다. 각자의 고유한 달란트는 많이 받은 사람, 적게 받은 사람, 특색과 개성도 각각이다. 능력과 조건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주인은 달란트의 양이 나 특색을 상관 않으시고 목적에 얼마나 충실히 노력했느냐를 물으시지 적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 왜 많이 받은 사람처럼 많이 벌어들이지 못했느냐고 묻지 않으신다. 그저 많이 받았건 적게받았건 내게 주어진 것으로 얼마나 노력하여 수확을 냈는지를 물으실 뿐이다. 그리고 많이 벌어들인 사람이나 적게 벌어들인 사람이나 똑같이 칭찬하신다.
오늘 마태오복음 25장 14~30 절의 말씀은 어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의 종들에게 재산을 맡기는 이야기다.
어떤사람에게는 많이 맡기고 어떤 사람에게는 적게 맡겼다. 나는 이복음을 받아들이는데 참 오래 걸렸다. 한 달란트밖에 받지 못한 사람이 그 한 달란트마저도 활용할 줄 몰라 그대로 땅에 묻어두었다가 한 달란트 그대로 내놓자 주인의 진노를 사, 어둠 속으로 내던져지는 이 이야기가 꼭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이다. 복음에서 한탈렌트를 받은 종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인생을 낭비한 뒤 주인의 엄격한 성품에 대해 핑계만을 대고 있다. 잘못하여 돈을 잃을지라도 그 어떤 노력이라도 했더라면 그는 결코 빈손으로 주인 앞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루다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거나 이루지 못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두려움 때문에 게으름 때문에 핑계만을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주인에게서 `게으르고 악한종, 쓸모없는 종이라고 말씀하시며 저 자에게서 가지고 있는 것마저 빼앗아 많이 가진 자에게 주어라'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도 모른다.
나도 아직 내가 받은 달란트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나누는 것에도 미숙하지만 내 안에 사랑을 많이 채워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선과 악은 반비례하므로 사랑을 채울수록 내 안의 어둠이 줄어들고 내가 어둠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어둠은 커지고 선은 자리를 잃어가니 언제나 사랑 안에 머물도록 노력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한번 내미는 일, 먼저 다가가 인사를 나누는 일도 부끄럽고 쉽지가 않다. 그러니 불평이나 불만 말하지 않기, 쓸데없는 생각 차단하기,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밝고 긍정적인 생각하기 등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매일 실천하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이 활짝 열리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채우면 자연스레 나를 벗어나 주변사람들과 항상 밝게 소통하게 될 테고 가득해진 사랑은 이웃에게도 전해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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