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성지는 가톨릭 원주교구에 소속된 성지로 충청북도 봉양읍에 있다.
배론이라는 명칭은 계곡이 깊고 계곡을 둘러싼 양옆의 산들의 모습이 마치 배의 밑바닥 모양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순교자들이 죽임을 당한 곳이나 죽어서 묻힌곳이 순례성지로 지정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배론성지는 순교성지는 아니다. 배론성지는 우리나라 천주교의 성립과정에 있어 중요한 곳으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가 심해지자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던 곳이며 황사영이 박해를 피해 머무르며 교회의 재건과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교에게 보내는 일명 황사영백서 라하는 편지를 썼던 토굴이 있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성 요셉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며 또 한국에서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신부의 묘가 있는 곳이다.
황사영의 세례명은 알렉시오이며 신유박해가 시작되면서 박해를 피해 배론에 숨어들었다.
그는 16세에 진사에 합격하여 정조의 기대를 한몸에받았으며 정약용의 조카사위이기도하고 이승훈과는 사돈지간으로 황사영은 처갓집의 영향으로 천주교에 입교하였다. 천주교를 `세상을 구하는 좋은 약'으로 확신한 그는 일찍부터 정조의 특별한 관심으로 출세가 보장되었음에도 세상에 뜻을 두지 않고 활발한 선교활동과 신자들의 교육에 힘쓰는 등 교계의 핵심 지도자로 활동했다.
황사영은 그 후 일어난 신유박해를 피해 배론으로 가서 토굴을 판다음 거기에서 숨어 지내며 상황을 파악하던 중 주문모 신부를 비롯한 정약용, 이승훈등교회의 지도자들 백여 명이 잡혀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전국에서 천주교 교인들의 대대적인 학살이 이루어지자 이러한 사실을 중국에 알려 청나라의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발각되어 대역죄로 서소문 밖에서 온몸이 찢기는 능지처참을 당했다. 그의 온 가족도 모두 귀양을 가거나 노비가 되어 끌려갔고 집도 헐어버렸다한다. 그때의 백서는 근 백 년 동안 의금부 창고에 보관되어 오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교황청에 전달되었고 현재 교황청 민속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순례지를 방문하면 순교자들이 뿌린 피로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터를 잡아주신 순교자와 신앙의 선조들께 감사함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배론성지는 도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기에 조용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단체로 갔었기에 일정이 짧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쉽지만 단체나 개인피정도 받고 있으니 다음에 기회를 마련하여 여유 있게 가서 머물면서 피정도 듣고 기도도 하며 푹 잠기다가 오고 싶다. 주변경관이 좋으니 가을에 가면 단풍이 참 아름다울 것 같다. 세상 속에서 너무 지치고 피곤할 때 시끄럽고 북적대는 관광지보다 이렇게 조용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순례지를 찾아 몸과 마음의 힐링도 도모하고 영적으로 신앙선조들의 충분한 에너지를 받고 오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내적으로 목마르고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모두를 위한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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